그리스도 안에서의 연합을 꿈꾸며 결혼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강재희씨는 매일 아침 분주하게 9살짜리 아들의 등교 준비를 시킨 후에야 서울의 한 보험회사에 출근한다. 주말에도 혼자 아이를 돌보느라 쉬지 못한다. 남편은 골프를 치러 가거나 일하기 때문에 바쁘다고 말한다.

재희씨는 “결혼한 지 10년이 되었는데 일상생활에서 남편과 잦은 다툼이 있다”고 말했다.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고 싶지만, 남편에게는 돈과 성공, 명예를 얻는 일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힘들다”고 말했다.

신앙적인 문제 때문에 부부 사이에 논쟁이 생기기도 한다.

재희씨의 남편은 기독교인이지만 힘든 업무 일정을 핑계로 주일예배에 매주 나가지는 않는다. 재희씨는 아들을 기독교 학교에 보내고 싶지만, 남편은 아들이 ‘넓은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낫다는 이유로 공립학교 교육을 선호한다.

결혼 생활에 대한 재희씨의 고민은 얼핏 사소해 보이지만, 교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결혼에 대한 환멸이 커지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일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의 많은 미혼 남녀들이 결혼과 육아가 부담스럽다고 말하고 있으며, 한국 미혼 여성의 65%가 ‘비혼’을 선언하며,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고용과 경제적 상황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기독교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개신교 성도의 비율은 21%로 정체되었다.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종교가 없다고 말한다. 젊은이들은 점차 종교에 관한 관심을 잃어가며, 개신교는 점차 ‘노인의 성지’가 되고 있다.

한국 내의 기독교 결혼 비율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많은 한국 교회는 지금이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다. 목회자들의 노력이나 싱글 크리스천들의 결혼에 대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변화할거라 생각하는 기독교인은 매우 적다.

흔들리는 결혼

결혼이라는 제도는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중요하다고 인식된다. 이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한국에서는 아이를 낳는 일이 애국하는 것이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하지만 결혼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022년 11월, 한국의 13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미만이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2020년 혼인신고 수치가 ‘2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으로 떨어져 3년간 세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동거에 대한 수용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남녀가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고도 함께 살 수 있다는 말에 65% 이상이 동의한다고 답했다.

CT인터뷰를 통해 만난 한국의 목회자와 성도들은 “기독교인의 결혼관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으며, 많은 한국 교회가 결혼 사역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부부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50여 개의 가정사역 단체와 대형교회로 구성된 한국가정사역협회는 가족 중심의 여러 모임와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형교회인 온누리교회는 정기적으로 결혼 준비와 결혼생활에 관한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대구 동신교회는 기혼 성도들이 더 많은 자녀를 낳도록 장려하기 위해 자녀 헌신 예배에 자녀와 함께 참여하는 부부에게 1,000달러의 선물을 주고 있다. 또 다른 교회는 담임목사와 함께 부부가 이스라엘 성지순례 여행을 가도록 후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역을 통한 교회의 노력이 엿보이지만,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은 교회가 결혼한 부부를 위해 더 실질적인 사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가정사역협회 리더 신종곤씨는 “한국교회가 성도들에게 성경을 바탕으로 한 결혼관을 심어주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의 현실에서 참담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교회와 기독교 지도자들이 그동안 한국 교회의 외적 성장에만 집중하면서 성경적 관점을 바탕으로 결혼과 가정에 대한 가르침을 등한시해왔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 내에서 결혼 사역을 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그는 덧붙였다.

“결혼 사역을 이끌 사역자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러한 프로그램은 보통 공식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므로 참여하는 부부들이 가족과 결혼에 대한 사적인 어려움을 공유하지 않아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도들 사이에서도 이혼이 늘고 있는데, 이는 이들이 ‘세속적 가치관’의 영향을 점차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신씨는 말한다.

결혼하여 아들을 둔 재희씨는 남편과의 이혼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목사님과 교회 성도들의 관심과 기도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제가 이혼을 고민한다고 말하자 교회 성도들은 저를 위해 날마다 기도해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남편과 시간을 더 갖고 노력해보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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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교회 내에 그리스도 안에서 모범적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좋은 롤모델이 없다고 재희씨는 말한다.

그는 “부부가 교회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도, 부부 사이에 경제적인 이유, 육아 문제 등 서로 이견이 있어 다투는 경우를 실제로 많이 본다”고 말했다.

떠나는 청년들

한국 남녀 모두 결혼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적 이유라고 말한다. 두 번째 요인은, 남성들은 불안정한 고용이라고 대답한 반면, 여성들은 결혼이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일반적으로 결혼을 원하지만, 비기독교인 또래들과 비슷하게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압박에 직면한다. 교회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혼인 상태를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추가적인 스트레스와도 씨름해야 한다.

“미혼인 사람들을 한국 사회에서는 일부 불완전하거나 비정상적이라고 본다”고 영락교회의 성도 박지영씨가 말했다.

교회에서도 이러한 관점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성남시의 할렐루야 교회 영어사역 담당 스티븐 장 목사는 “목회자 대부분이 결혼했고 미혼 목회자를 ‘2등급’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교회에 다니는 미혼여성들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낙담하거나 오해받거나 저평가받고 있다’고 느끼고, 일부 목회자들은 “남편을 찾아서 [교회에] 오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막말을 하기도 한다고 장씨는 말했다.

그들은 교회를 떠나 ‘가나안 기독교인’이 되기로 마음먹을 정도로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고 그는 말한다.

‘가나안’이라는 세 음절로 이루어진 단어를 거꾸로 읽으면 ‘안나가’인데, ‘교회에 가지 말라’는 뜻의 ‘안나가’라는 용어를 만든 것이라고 장씨는 설명했다.

이 용어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선교학자들과 교회 지도자들에 의해 사용되기도 하고,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자기 정체를 나타내는 형태로 사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한 ‘가나안 기독교인’이 목회자 및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 등 여러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를 담은 인터뷰집을 출간했다).

‘가나안 기독교인’ 수는 2017년 한국 개신교인 중 23.3%를 차지했다. 장씨는 그 수치가 팬데믹 이후에 더 증가하리라 판단한다.

‘가나안 기독교인’의 증가와 더불어 한국에서 기독교 인구가 줄었다는 것은 싱글 크리스천들이 신앙을 가진 배우자를 만날 기회가 줄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많은 한국 교회에서 여성의 숫자가 남성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싱글 크리스천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박씨는 현재 미혼이며 기독교 신앙을 가진 남성과 결혼하고 싶지만, 교회 내 성 불균형으로 인해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교회가 싱글 크리스천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배우자를 찾는 이들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빛과 소금 교회에 성도이며, 광주에서 MBA 과정을 하는 탁영민씨도 교회 내에서도 믿음이 좋은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며 “교회가 성경적 가치를 중시하는 삶을 가르치지 못했으며, 결혼을 장려하는 역할도 잘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페미니즘과 대화하기

페미니스트 사고가 결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교회에서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박씨는 말한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이는 가정 내 여성의 불평등한 지위뿐만 아니라, 사회 내 여성을 향한 폭력,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일부 한국 남성들의 성 혐오 발언 등 다양한 사안을 포함한다.

교회에서 결혼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페미니스트적 관점에서의 대화는 좀처럼 시도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대구동신교회 문대원 담임목사는 “한국 복음교회에서 페미니즘 이념과 신학에 대한 반대가 큰 것은 ‘페미니즘이 대립을 조장하는 젠더 중심의 이념’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교회는 ‘성경적’ 결혼관을 강조하고 있다고 문 목사는 말했다. 남자와 여자는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본질적인 가치를 갖고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결혼을 영원한 헌신으로 바라보는 존재라는 가르침이다.

문 목사는 교회 내 남성 성도들에게 아내를 섬기도록 독려하자 이후 ‘점차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예수님의 삶이 권력자가 약자를 지배하기보다는 어떻게 섬기는지를 보여주는 성경적 권력을 세속적 권력과 대비하여 설교했다.

더 나아가 문 목사는 단순히 강단에서 성경적 진리를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성도의 삶에서 “감정적, 관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여전히 많은 한국 교회에서 새로운 분야이다. 우리는 [성통합의] 회복과 개혁, 그리고 영적 치유에 대해 전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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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에서 최근에 아버지 중심의 사역이 구성되며 변화하고 있다고 문 목사는 말했다.

서울 소재 대형교회 온누리교회는 부모로서 성경적 원리를 실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남성들에게 지원과 기도, 교제를 제공하는 ‘아버지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군대나 교도소 등 국내 교회와 시민단체 등에서도 진행되었다.

온누리교회에서 영어 사역을 하는 스티븐 차 목사는 기독교인 남편들에게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교회가 “유교에 뿌리를 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문화를 탈피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그리스도 중심의 건강한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동시에 많은 성도들이 독신주의에 대한 성경적 관점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바로보기를 바란다.

한국에서 독신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독신을 선택하는 한국인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1인 가구가 2020년 ‘역대 최고인 31.7%’를 기록하면서 ‘자발적으로’ 독신의 상태를 즐기는 사람들을 뜻하는 혼족이라는 용어가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결혼하지 않는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인 비혼과 같은 다른 문화적 용어가 최근에 등장했다. 이는 결혼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미혼이라는 용어를 대체한다.

CT가 인터뷰한 기독교 여성들보다는 남성들이 더 독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국 기독교계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독교 석사과정을 하고는 남학생인 탁씨는 독신주의가 신성하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예수님과 바울 또한 독신으로 살았기 때문에 독신으로 사는 것은 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온누리 교회에 다니고 서울에서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는 배드로씨는 독신으로 사는 것도 괜찮다고 말한다.

결혼은 더 이상 “삶에서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결혼만이 옳은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혼하지 않고도 신앙적으로 성숙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배씨는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들이 MZ세대 성도들과의 결혼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더 많이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기독교 청년들은 교회 내에서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결혼이 필수적이고 하나님께 헌신하면 배우자를 주실 것이라고 말하는 기성세대로부터 결혼하라는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배씨는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이기적이고 무책임해서 결혼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버리고,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고, 그들의 생각을 인정하고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청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 기사는 박주현, 채중기, 김모세님의 도움을 받아 번역 및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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